생후 8개월부터 5살까지 세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미국 여성을 지지하기 위해 수백명이 법원 앞으로 몰려들었다.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각한 산후정신병을 앓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국에서는 정신질환자의 형사책임과 출산 후 여성에 대한 정신건강 치료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상급법원에서는 세 자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린지 클랜시(36)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약 5주간 이어진 재판을 지켜본 배심원단은 지난 27일부터 클랜시에게 살인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놓고 평의에 들어갔다.
사건은 2023년 1월 24일 매사추세츠주 덕스버리에 있는 클랜시의 자택에서 발생했다.
당시 산부인과 간호사로 일하던 클랜시는 딸 코라(5), 아들 도슨(3), 생후 8개월 아들 캘런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남편 패트릭은 당시 딸의 약과 가족이 먹을 저녁 식사를 사기 위해 외출한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온 패트릭은 집 안에서 가족을 찾다가 침실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고, 집 밖으로 나가 2층 창문 아래 쓰러져 있는 클랜시를 발견했다.
패트릭은 곧바로 911에 신고했다. 그가 “아이들은 어디 있느냐”고 묻자 클랜시는 “지하실”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이후 지하실에서 의식을 잃은 세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클랜시는 아이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클랜시가 세 아이를 살해했다는 사실 자체는 검찰과 변호인 모두 다투지 않고 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범행 당시 클랜시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의 판단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클랜시가 남편에게 딸의 약과 저녁 식사를 사오도록 해 집 밖으로 내보낸 뒤 계획적으로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클랜시가 범행 당일에도 딸을 병원에 데려가고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범행 당시 옳고 그름을 구별할 능력은 있었다는 것이다.
제니퍼 스프라그 검사는 최후변론에서 “클랜시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세 아이를 살해한 것은 결국 클랜시가 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 주장은 다르다. 클랜시가 출산 후 심각한 정신질환을 겪었으며 범행 당시에는 현실 판단 능력을 상실할 정도의 산후정신병(postpartum psychosis) 상태였다는 것이다.
클랜시는 범행 전 수개월간 정신과와 응급실 등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우울증과 불면증 등에 시달렸고 범행 한 달 전에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클랜시가 이 과정에서 여러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고 약물을 바꾸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신 상태가 오히려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클랜시와 전남편 패트릭은 사건 이후 당시 클랜시의 정신건강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을 상대로 각각 소송도 제기했다.
클랜시 측은 소송에서 셋째 아이를 출산한 뒤 정신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불면증과 우울증 치료를 받았지만 의료진이 이를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약 4개월 동안 여러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거나 복용을 중단하는 과정이 반복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변호인 측이 증인으로 부른 법정신의학자 필립 레스닉 박사는 클랜시가 범행 당시 명백한 정신병적 상태에 있었으며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클랜시가 범행 후 입원했던 병원에서 그를 200차례 이상 만난 원목 쉴라 캐버노의 증언도 나왔다. 캐버노는 클랜시가 의식을 되찾은 뒤 자신의 손을 잡은 상태에서 “아이들이 안전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캐버노가 “아이들은 천국에서 하나님과 함께 안전하게 있다”고 답하자 함께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다는 것이다.
캐버노는 또 클랜시가 자신과 아이들이 안전하기 위해서는 특정 행동을 해야 한다고 명령하는 ‘목소리’를 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검찰은 캐버노가 당시 작성한 병원 기록에는 이 같은 내용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산후정신병은 산후우울증보다 드물지만 훨씬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출산 여성 1000명 가운데 1~2명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며 환각이나 망상 등으로 현실에 대한 판단 능력이 손상될 수 있다. 다만 산후정신병을 겪는 여성 대부분이 자녀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클랜시의 정신질환과 치료 과정이 재판에서 공개되면서 그를 지지하는 움직임도 확산했다.
지난 20일에는 클랜시를 지지하는 약 300명이 플리머스 법원 앞에 모였다. 대부분 여성이었으며 일부는 ‘믿는다(Believe)’, ‘그녀에겐 도움이 필요했다(She Needed Help)’, ‘린지에게 평화를(Peace For Lindsay)’ 등의 문구가 적힌 분홍색 옷을 입었다.
이들은 클랜시가 범행 당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미국의 정신건강 의료체계가 출산 후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가한 52세 여성 에이프릴 빈센트는 AP에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해도 무시당하고 방치된다”며 “아무도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두렵다”고 말했다.
집회를 주도한 르네 킴볼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가자들을 모았다. 킴볼은 현지 매체에 “정신건강 문제나 불안, 우울증, 산후 문제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우리 중 누구라도 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NYT는 클랜시에 대한 동정과 지지가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클랜시를 미국 의료체계의 피해자로 보는 주장이 확산했고, 온라인에서는 ‘팀 린지(Team Lindsay)’ 등의 문구가 적힌 지지 티셔츠까지 판매되고 있다.
클랜시에 대한 지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신질환을 앓았더라도 세 아이를 살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클랜시에 대한 동정이 커지면서 정작 살해된 세 아이가 논의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수 논객 맷 월시는 산후정신병을 형사책임을 면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클랜시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주장하기도 했다.
배심원단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1급 살인과 2급 살인, 과실치사, 무죄, 정신질환에 따른 형사책임능력 결여 등이다. 1급 살인이 인정되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2급 살인은 가석방이 가능한 종신형, 과실치사는 최대 2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배심원단이 정신질환으로 클랜시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곧바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클랜시를 정신의료기관에 수용할 수 있다. 이후에도 상태에 따라 수용을 반복해서 연장할 수 있어 평생 병원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출처 : https://www.msn.com/ko-kr/news/other/%EC%84%B8-%EC%95%84%EC%9D%B4-%EC%A3%BD%EC%9D%B8-%EC%97%84%EB%A7%88%EC%97%90%EA%B2%8C-%EB%AC%B4%EC%A3%84-%EC%99%B8%EC%B9%98%EB%8A%94-%EC%82%AC%EB%9E%8C%EB%93%A4-300%EB%AA%85-%EB%AA%B0%EB%A0%A4%EB%93%A0-%EC%9D%B4%EC%9C%A0/ar-AA2bhOEa?ocid=socialshare
생후 8개월부터 5살까지 세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미국 여성을 지지하기 위해 수백명이 법원 앞으로 몰려들었다.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각한 산후정신병을 앓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국에서는 정신질환자의 형사책임과 출산 후 여성에 대한 정신건강 치료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상급법원에서는 세 자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린지 클랜시(36)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약 5주간 이어진 재판을 지켜본 배심원단은 지난 27일부터 클랜시에게 살인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놓고 평의에 들어갔다.
사건은 2023년 1월 24일 매사추세츠주 덕스버리에 있는 클랜시의 자택에서 발생했다.
당시 산부인과 간호사로 일하던 클랜시는 딸 코라(5), 아들 도슨(3), 생후 8개월 아들 캘런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남편 패트릭은 당시 딸의 약과 가족이 먹을 저녁 식사를 사기 위해 외출한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온 패트릭은 집 안에서 가족을 찾다가 침실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고, 집 밖으로 나가 2층 창문 아래 쓰러져 있는 클랜시를 발견했다.
패트릭은 곧바로 911에 신고했다. 그가 “아이들은 어디 있느냐”고 묻자 클랜시는 “지하실”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이후 지하실에서 의식을 잃은 세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클랜시는 아이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클랜시가 세 아이를 살해했다는 사실 자체는 검찰과 변호인 모두 다투지 않고 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범행 당시 클랜시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의 판단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클랜시가 남편에게 딸의 약과 저녁 식사를 사오도록 해 집 밖으로 내보낸 뒤 계획적으로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클랜시가 범행 당일에도 딸을 병원에 데려가고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범행 당시 옳고 그름을 구별할 능력은 있었다는 것이다.
제니퍼 스프라그 검사는 최후변론에서 “클랜시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세 아이를 살해한 것은 결국 클랜시가 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 주장은 다르다. 클랜시가 출산 후 심각한 정신질환을 겪었으며 범행 당시에는 현실 판단 능력을 상실할 정도의 산후정신병(postpartum psychosis) 상태였다는 것이다.
클랜시는 범행 전 수개월간 정신과와 응급실 등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우울증과 불면증 등에 시달렸고 범행 한 달 전에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클랜시가 이 과정에서 여러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고 약물을 바꾸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신 상태가 오히려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클랜시와 전남편 패트릭은 사건 이후 당시 클랜시의 정신건강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을 상대로 각각 소송도 제기했다.
클랜시 측은 소송에서 셋째 아이를 출산한 뒤 정신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불면증과 우울증 치료를 받았지만 의료진이 이를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약 4개월 동안 여러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거나 복용을 중단하는 과정이 반복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변호인 측이 증인으로 부른 법정신의학자 필립 레스닉 박사는 클랜시가 범행 당시 명백한 정신병적 상태에 있었으며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클랜시가 범행 후 입원했던 병원에서 그를 200차례 이상 만난 원목 쉴라 캐버노의 증언도 나왔다. 캐버노는 클랜시가 의식을 되찾은 뒤 자신의 손을 잡은 상태에서 “아이들이 안전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캐버노가 “아이들은 천국에서 하나님과 함께 안전하게 있다”고 답하자 함께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다는 것이다.
캐버노는 또 클랜시가 자신과 아이들이 안전하기 위해서는 특정 행동을 해야 한다고 명령하는 ‘목소리’를 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검찰은 캐버노가 당시 작성한 병원 기록에는 이 같은 내용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산후정신병은 산후우울증보다 드물지만 훨씬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출산 여성 1000명 가운데 1~2명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며 환각이나 망상 등으로 현실에 대한 판단 능력이 손상될 수 있다. 다만 산후정신병을 겪는 여성 대부분이 자녀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클랜시의 정신질환과 치료 과정이 재판에서 공개되면서 그를 지지하는 움직임도 확산했다.
지난 20일에는 클랜시를 지지하는 약 300명이 플리머스 법원 앞에 모였다. 대부분 여성이었으며 일부는 ‘믿는다(Believe)’, ‘그녀에겐 도움이 필요했다(She Needed Help)’, ‘린지에게 평화를(Peace For Lindsay)’ 등의 문구가 적힌 분홍색 옷을 입었다.
이들은 클랜시가 범행 당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미국의 정신건강 의료체계가 출산 후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가한 52세 여성 에이프릴 빈센트는 AP에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해도 무시당하고 방치된다”며 “아무도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두렵다”고 말했다.
집회를 주도한 르네 킴볼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가자들을 모았다. 킴볼은 현지 매체에 “정신건강 문제나 불안, 우울증, 산후 문제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우리 중 누구라도 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NYT는 클랜시에 대한 동정과 지지가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클랜시를 미국 의료체계의 피해자로 보는 주장이 확산했고, 온라인에서는 ‘팀 린지(Team Lindsay)’ 등의 문구가 적힌 지지 티셔츠까지 판매되고 있다.
클랜시에 대한 지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신질환을 앓았더라도 세 아이를 살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클랜시에 대한 동정이 커지면서 정작 살해된 세 아이가 논의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수 논객 맷 월시는 산후정신병을 형사책임을 면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클랜시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주장하기도 했다.
배심원단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1급 살인과 2급 살인, 과실치사, 무죄, 정신질환에 따른 형사책임능력 결여 등이다. 1급 살인이 인정되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2급 살인은 가석방이 가능한 종신형, 과실치사는 최대 2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배심원단이 정신질환으로 클랜시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곧바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클랜시를 정신의료기관에 수용할 수 있다. 이후에도 상태에 따라 수용을 반복해서 연장할 수 있어 평생 병원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출처 : https://www.msn.com/ko-kr/news/other/%EC%84%B8-%EC%95%84%EC%9D%B4-%EC%A3%BD%EC%9D%B8-%EC%97%84%EB%A7%88%EC%97%90%EA%B2%8C-%EB%AC%B4%EC%A3%84-%EC%99%B8%EC%B9%98%EB%8A%94-%EC%82%AC%EB%9E%8C%EB%93%A4-300%EB%AA%85-%EB%AA%B0%EB%A0%A4%EB%93%A0-%EC%9D%B4%EC%9C%A0/ar-AA2bhOEa?ocid=socialshare